매일의 자리마다 스민 자연으로부터
센템다운 일상을 이야기합니다.
* <Director's Letter>는 센템 기획자가 직접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로, 마음과 정성을 고민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마치 한 통의 편지처럼 들려드리는 시리즈입니다.
① 센템은 왜 24절기를 소개할까?
센템은 브랜드를 론칭하고부터 꾸준히 절기를 소개해 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모은 지금껏 발행한 절기 표지가 어느덧 12개나 되었어요.
소개하고 싶은 절기가 다가오면 그 절기를 검색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탐구합니다. 이름의 유래와 풍습까지, 저희도 몰랐던 재미있는 정보들을 알게 돼요. 그리고 센템만의 시선으로 그 이야기를 어떤 풍경으로 풀어낼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합니다. 한 장의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들여다 볼수록 다정한 디테일이 숨겨져 있답니다.
센템이 계절을 감각하는 소중한 방식, 24절기를 소개하는 이유가 뭐냐구요?
"숫자에는 풍경이 없으니까요"
양력을 사용하는 현대인은 시간을 숫자로 표기한 양력에 익숙합니다. 그렇기에 흘러가는 시간을 '셀' 줄은 알아도, 감각하는 방법은 점점 잊어버리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나날'이 아닌 '날짜'만을 세느라 놓치고 마는 계절의 다채로운 풍경들이 있습니다.
조상들은 계절의 변화를 감각하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언제 흙이 부드러워지고, 언제 장맛비가 오고, 언제 서리가 내리고, 언제 함박눈이 내리는지 몸소 가늠하고 느꼈지요. 씨앗을 뿌리고 곡식을 잘 기르고 풍요로운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숫자'가 아니라 '풍경'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달력에는 풍경이 없습니다. 센템은 숫자 너머에 깃든 자연의 리듬을 감각하는 삶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자연의 리듬에 맞춰 음과 양의 건강한 순환을 체화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빌려, 계절을 감각하는 또 다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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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센템의 역대 절기 표지 모음! 디자인 비하인드 스토리
입하(21. 5. 5)
센템이 소개한 최초의 절기입니다. 알고 보면 합성이 아니라 실제로 매거진과 사진들을 가위로 오려 붙인 콜라주였다는 사실, 모르셨지요.ㅎㅎ
입동(21. 11. 7)
조상들은 까치를 위해 감을 남겨 두고 깊어질 겨울을 채비했다고 합니다. 동물과도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조상들의 마음을 반영해 까치가 감을 맛있게 베어 무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입춘(22. 2. 4)
입춘을 맞아 '오신반(五辛盤)'을 만들어 먹는 전통은 몸의 기관들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고 해요. 본채식 브랜드 센템의 철학과 뜻을 같이 하는 전통을 봄의 싱그러운 분위기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춘분(22. 3. 21)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음과 양이 고루 조화를 이루는 날이에요. 밝기에 변화를 주어 낮과 밤을 표현했어요.
하지(23. 6. 21)
낮이 가장 긴 날, 하지. 해가 오랜 시간 떠 있는 만큼 논밭의 곡식이 햇빛을 듬뿍 받고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여름의 충만한 생명력이 돋보이지 않나요?
대서(23. 7. 23)
무더위엔 달콤한 복숭아가 생각나지요. 무르익는 한여름, 복숭아가 깊은 빛깔로 탐스럽게 익어가는 모습을 표현했어요.
처서(23. 8. 23)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처서. 하지만 처서에 비가 오면 한 해의 농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소문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이날은 야속하게 비가 내렸어요. 풍작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큰 연잎으로 빗줄기를 막아주자! 그런 의미로 표현했습니다. 슬슬 보이기 시작한 잠자리도 날개가 젖지 않고 연잎 아래서 즐겁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요.
입동(23. 11. 8)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러 들어가는 시기, 입동. 굴속에 들어가 똬리를 틀고 자리 잡은 토끼를 그렸어요. 원래 굴속이 매우 좁고 캄캄했는데, F 감성 두둑한 다진님의 한 마디! "토끼가 밥을 먹기에 조금 불편해 보이네... 동굴 안 크기에 여유를 주면 어떨까ㅎㅎ 토끼가 머무는 공간도 아늑했으면 해요." 그래서 전보다 훨씬 따뜻하고 아늑한 겨울의 보금자리를 완성해 주게 되었답니다.
(전구까지 달게 된 배경...!)
동지(23. 12. 22)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에는 음의 기운이 많아져, 양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붉은색의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지요. 새알 팥죽을 시켜 직접 촬영을 하고, 남은 팥죽은 정화님과 둘이 나눠 먹었답니다. 냠냠.
입춘(24. 2. 4)
대문마다 붙여 두는 춘첩을 본적이 있나요? 레터링에 욕심 있는 디자이너 재현님이 '입춘대길' 한자를 레터링했어요. 바람에 살랑거리는 춘첩을 표현했답니다.
경칩(24. 3. 5)
개구리가 폴짝 뛰어오르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지만 에펙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아쉽게도...ㅎ 개구리가 숨을 고르는 귀여운 모습을 표현했어요. 왼쪽에 숨겨 놓은 또 하나의 개구리를 발견하는 분에겐 행운이 찾아올지도요.
③ 인스타그램 피드가 마치 창밖 풍경인 것처럼
센템 공식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 바란 것은, 피드만 봐도 이때가 어느 계절인지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정사각형 피드가 아닌, 마치 창문 바깥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계절의 흐름과 분위기가 느껴지기를 바랐어요. 같이 매 계절을 맞으며 함께 새로운 해로 건강하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으로요. 자연의 리듬을 느끼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있고 싶어요.
또 하나 센템 절기 표지의 특징, 그건 바로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점이에요. 그렇기에 한 번 슬쩍 봐서는 알 수 없어요. 잠시 멈춰 5초쯤 느긋이 기다려야 풍경의 맥락이 드러납니다. 자연도 그렇습니다. 풍경은 늘 고요한 것처럼 보여도 생동하고 있으니까요. 언제나 기다려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이야깃거리와 광고들이 넘쳐나는 바쁜 일상이에요. 한두 달에 한 번 업로드되는 센템의 절기 표지가 일상 속에 따뜻하고 위트 있는 환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여유를 갖고 계절의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앞으로도 소개될 센템의 절기들을 많이 기대해 주세요:)
From. sentem 기획자 소원 드림.
ps. 실은 제가 센템에 들어오기 전, 브랜드에 첫눈에 반했던 부분이 다름 아닌 이 절기 표지였답니다.